The Art of Living

The New Cayenne
신형 카이엔의 출시를 기념해 팝업 전시가 열렸다. 주제는 '아트 오브 리빙(The Art of Living)'.                                                      신형 카이엔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이 펼쳐졌다.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일상에서 견지해야 할 자신의 말과 행동 같은 것들, 혹은 그보다 깊이 몇 번이고 고심하며 다듬어야 할 생각들, 사유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새겨지는 침착함 같은 것들. 우아한 삶은 무엇이라 규정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건 평온한 내면에서 자라나는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태도로 살아가는 일상일 것이다. 포르쉐코리아는 강남구 레스파스 에트나 청담에서 신형 카이엔을 출시했다. 정갈하게 가꿔진 얕은 마당을 지나서 작은 단을 하나 올라 실내에 들어가면, 넓은 살롱에 포르쉐의 지난 역사와 조각조각 떼어낸 유산들 그리고 그것들을 조망하는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쪽 조금 넓은 공간에는 신형 카이엔이 천장 조명 아래 반짝인다. 이런 모습을 흔히 ‘우아하다’고 표현한다. 우아한 공간에 전시된 우아한 신형 카이엔의 자태라고 헤드라인을 쓴다. 그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었다. 포르쉐코리아는 브랜드의 긴 역사와 자랑스러운 업적을 알아달라 하지 않았다. 강요는 없다. 궁금증을 일으킬 정도로 강조된 것은 신형 카이엔일 뿐 그들이 쌓아 올린 헤리티지는 차량으로 가는 길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길에서 포르쉐의 자신감이, 주변과의 조화가, 그들의 의도를 전하는 정중함이 느껴졌다. 그것을 우아한 태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품질 기준에 맞는 오프로드 모델을 만들고 그 앞에 포르쉐 문장이 새겨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게 될 것이다" 

– 페리 포르쉐
브랜드 헤리티지로 한층 깊어진 전시 공간:

브랜드 헤리티지로 한층 깊어진 전시 공간:

이 곳에서 신형 카이엔의 국내 최초 공개가 이루어졌다.

포르쉐에 대해 말하는 곳

‘아트 오브 리빙(The Art of Living)’, 이번 팝업 전시의 주제다. 일상의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적인 삶이란 또 무엇일까? 예술 작품이 일상에 스며들면 뭐가 달라진다는 걸까? 나는 예술 작품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던 걸까. 포르쉐코리아가 의도한 것은 신형 카이엔의 정제된 럭셔리한 디자인일 것이다. 예술과도 같은 신형 카이엔을 운전하는 건 일상에서 예술을 누리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공학과 미학이 결합된 자동차만큼 분명한 자기주장은 또 없을 테니까. 예술작품이 주는 감정적 동요보다 카이엔의 강력한 엔진이 주는 감흥이 더 강렬할 것이다. 

신형 카이엔의 자태를 보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었다. 전시실에 전시된 포르쉐의 과거와 지금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한 쪽 벽에는 포르쉐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채도가 낮은 원목 가구 안에는 포르쉐 로고가 새겨진 무채색의 백팩이 자리해 있었다. 간결한 형태에 수납 공간이 많아 기능적이며, 이는 꼭 최고의 기술을 지향하는 포르쉐의 가치를 섬유로 표현한 듯했다. 가방 하나에 놀란 것은 아니다. 진짜 놀라운 것은 휠로 만든 벽시계였으니까. 강인한 선들이 섬세하게 펼쳐진 휠을 얇게 썰어서 벽에 걸어 놓은 듯했다. 가운데에는 시침과 분침이 달려있다. 이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소리 없이 움직이는 시침 뒤에 숨겨진 크로노그래프의 정교함이 바로 감탄 포인트였다. 더욱 일상적이고 부담 없는 물건들도 있다. 포르쉐 심벌이 새겨진 텀블러 같은 것들이다. 실버 마감도 있지만, 레드, 그린 등 포르쉐 차량에서 똑 떼어내 만든 듯한 색상의 텀블러는 꽤 귀여웠다. 이보다 더 깜찍한 것도 있으니 그건 찻잔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 담으면 살랑살랑 넘칠 듯한 아담한 크기인데, 이 찻잔을 한 손에 들고 911 타르가를 운전하며 마시는 상상을 잠깐 해봤다. 왜 그런 상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노트와 펜, 탁상 시계 같은 포르쉐 문구류가 있었다. 가장 탐나는 제품을 고르라면 다이캐스트 레이스카다. 화려한 패턴과 컬러로 마감된 911 GT3와 같은 레이스 카들이 탐스럽게 도열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포르쉐 심벌이 장착된 지갑, 키 홀더, 시계도 멋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한 쪽 벽에 전시된 포르쉐 라이프스타일 제품들. 최고의 기술을 지향하는 포르쉐의 변함없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방향을 바꿔 핑거푸드 하나를 먹고,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았다. 카이엔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들이었다. 1998년 당시 포르쉐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마티아스 쿨러(Matthias Kulla)의 카이엔 스케치도 있었다. 2002년 출시된 카이엔과 거의 비슷했다. 귀한 사진들도 있었다. 포르쉐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카이엔 모델링을 하는 모습이나, 2000년에 카이엔 보드 멤버들이 카이엔 모델을 검수하는 모습, 2000년대 초반 카이엔을 콜로라도 사막에서 주행 테스트하는 모습들이었다. 최초의 카이엔이 나오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들이었다. 그리고 2002년 파리 모터스에서 카이엔을 최초로 공개하던 순간, 다른 포르쉐 차량들과 함께 주행하며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하는 모습도 포르쉐에겐 자랑스러운 추억이리라. 그리고 2005년의 2세대 카이엔 스케치, 2007년 공개한 카이엔 GTS 모델, 2008년 오프로드 랠리에 참여해 흙탕물을 통과하는 모습 등을 보다 보니, 아버지의 유년기 앨범을 들춰보는 기분이 들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카이엔은 부단히 도전하고, 진화해왔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표했고, 2020년에는 백만 번째 모델을 생산했다. 카이엔은 여전히 미래적이고, 강하며, 매력적인 스포츠 SUV임을 카이엔의 타임라인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포르쉐 부품으로 만든 데코레이션은 자동차 마니아에겐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 이상적인 오브제다. 뚝 떼어낸 배기파이프, 포르쉐 로고와 심벌, 포르쉐 차량 실루엣을 형상화한 차 키 등 탐나는 물건이 많다. 한 가지 더. 포르쉐 브랜드에 애정이 많다면, 스크린 앞에 놓인 브랜드 북은 반드시 봐야 한다. 포르쉐가 만든 모든 차량의 상세 정보가 빼곡하게 기록된 핸드북으로 포르쉐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몬테고 블루로 빛나는:

몬테고 블루로 빛나는:

슈투트가르트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정원 한가운데에 녹아든 카이엔의 모습.

슈투트가르트의 하늘

메인 건물인 살롱을 나오면 가든에 별채가 보인다. 별채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나무 바닥 위로 구석마다 식물들이 자리했다. 숲을 조각으로 떼어내 곳곳에 설치한 듯하다. 그리고 별채 가운데에는 몬테고 블루의 신형 카이엔이 서 있다. 차량을 살펴보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공간이다. 신형 카이엔 뒤로 붉은 노을 이미지가 벽을 가득 채웠다. 콘셉트는 ‘카이엔의 고향’이다. 카이엔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생산됐는데, 슈투트가르트는 하늘과 가까운 도시로 유명하다. 마천루가 있어 하늘에 가깝다는 것이 아니다. 고도 제한으로 도심 건축물이 5층을 넘지 않아 도시 어디서나 넓은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으니,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겠나. 

더 정확히 말하면, 슈투트가르트는 1970년대 바람의 길 개념으로 계획된 도시이다. 하늘이 보이는 도시로 유명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슈투트가르트는 예술적 영감을 간직한 도시이다. 이곳에 산다고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특별한 SUV라면 예술작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전시실 한쪽 벽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우리는 카이엔을 향한 예술적 영감이 슈투트가르트에 부유하며 노을로 수놓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누군가의 영감이 되어 75년간 Dream in Color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슈투트가르트에서 꽃피우는 노을을 이곳에 담아 여러분에게도 그 영감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팝업 전시의 의도를 함축한 글이다. 

카이엔은 오랜 시간 럭셔리 SUV의 아이콘이었다. SUV가 오프로드 주행과 실용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시기에 등장한 카이엔은 스포츠카의 성능을 가진 SUV 형태의 차량으로, 당시 포르쉐의 혁신을 상징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형 카이엔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새롭게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엔진과 디자인, 디지털화된 디스플레이와 작동방식, 새로운 섀시 기술, 첨단 기능을 포함한 광범위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사실 이 정도면 거의 다른 차 아닌가. 3.9세대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나? 라고 슈투트가르트의 하늘에 소리쳐 물었다. 

공학과 미학이
결합된 자동차,
신형 카이엔

배려 넘치는 인테리어:

배려 넘치는 인테리어:

동승석에 새로 설치된 콕핏은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아 주행에 방해되지 않는다.

우아한 기능들

신형 카이엔은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서 가장 스포티한 모델이다. 이전 카이엔도 그랬고, 과거의 카이엔도 그랬다. 신형 카이엔은 국내에 총 3종이 선보인다. 카이엔, 카이엔 쿠페, 카이엔 터보다. 모두 강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모델은 카이엔 터보 GT다. 4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73마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3초 만에 도달한다. 그냥 SUV가 아니라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다. 일반 카이엔 모델도 최고출력이 360마력에 6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니 스포티하다. 

업그레이드된 요소는 많지만, 그 중에서 우아한 태도를 유도하는 몇 가지 특징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스틸 스프링 서스펜션에 장착된 새로운 쇽업소버다. 2챔버 2밸브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이다. 일상 주행상황에서는 매우 부드러운 승차감을 표현하는데, 역동적인 상황에선 정밀하게 반응해 성능을 향상시킨다. 특히, 과감한 코너링에서 롤과 피치 제어가 현저하게 개선됐으며, 차체 움직임을 줄여준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내는 디지털 혁신이 이루어졌다. 동승자가 먼저 알아차릴 거다. 동승석에 새로운 콕핏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총 3종류다. 12.6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 대시보드에 탑재된 12.3인치 센트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동승석의 10.9인치 디스플레이까지. 인터랙티브 요소가 적용되어 주행 시에 더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더 하면 총 4개다. 다른 디스플레이에선 차량 기능 제어를 비롯해 퍼포먼스 데이터,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등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동승석 디스플레이에는 특수 필름이 부착되어 주행 중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아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다. 작은 배려가 차이를 만든다. 

"포르쉐 카이엔은 럭셔리 SUV 세그먼트의 스타일 아이콘이자, 포르쉐의 지속적인 혁신을 상징하는 제품"

신형 카이엔의 제품 PT 현장:

신형 카이엔의 제품 PT 현장:

전문가와 함께 신형 카이엔의 광범위한 업그레이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디자인은 조금 더 정갈하다. 이전의 날카로움과 간결함을 유지하면서도 세밀하게 다듬었다. 아치형 윙과 새로운 프런트 엔드, 새로운 보닛에선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뒷모습도 그렇다. 3차원 디자인의 테일라이트와 번호판 홀더가 있는 리어 에이프런은 깔끔한 마무리라 하겠다. 인상을 결정짓는 것이 시선이라면,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신형 카이엔의 인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차량의 기능들이 보다 침착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디지털적으로도, 주행 시 다른 차량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여기서 포르쉐의 발전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더 빠르고, 역동적인 차량을 만드는 동시에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이엔은 국내에서 지난 7월까지 누적판매량 2만 5천대를 기록했다. 2만 5천대의 카이엔이 한국 도로를 달렸고, 우리 주변에 머물렀다. 우아한 자태로. 

조진혁(자동차 칼럼리스트)
조진혁(자동차 칼럼리스트)
관련 기사

연료 소비

Cayenne SUV Models

WLTP*
  • 13.4 – 10.8 l/100 km
  • 303 – 246 g/km
  • G Class

Cayenne SUV Models

연료 소비
복합 연비 (WLTP) 13.4 – 10.8 l/100 km
복합 CO₂ 배출량 (WLTP) 303 – 246 g/km
CO₂ class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