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은 시작일 뿐 

단 100일 만에 팬아메리카나 전 구간을 달리는 것. 라이너 베렌트와 얀 봉거스가 꿈꿔 온 일이다. 2026년 봄, 두 사람은 카이엔과 함께 일생일대의 여정에 올랐다. 15개국을 가로지르는 40,000km 이상의 대장정. 그들은 <크리스토포러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긴 장거리

도로망인 팬아메리카나는 모든 지선을 포함하면 최대 48,000km에 달한다. 라이너 베렌트와 얀 봉거스는 100일 동안 이 모험에 도전했다. 이들의 여정은 티에라델푸에고의 우수아이아에서 알래스카의 데드호스까지 이어졌다. <크리스토포러스>도 페루와 캐나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 이 여정을 따라갔다. 또한 이 독일인과 네덜란드인은 자신의 개인 소장 자료를 공유하며, 생생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순간을 전해준다.

안데스 산맥에서 얀 봉거스의 신경계에 이상 신호가 온다. 그는 며칠째 라이너 베렌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을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살타와 칠레의 산페드로데아타카마 사이의 험난한 구간을 따라 해발 4,500m가 넘는 고도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갑작스레 걷잡을 수 없이 생각이 쏟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어지럽다. 얀 봉거스에게 고산병이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카이엔에도 문제가 생긴다.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알래스카까지 이어질 예정이던 두 친구의 여정은 출발 불과 며칠 만에 위기에 처한다.

54세의 독일인 베렌트와 57세의 네덜란드인 봉거스는 #thepanamericana100project를 통해 평생의 꿈을 현실로 만든다. 팬아메리카나를 단 100일 만에 완주하는 것! 두 사람은 15년 넘게 우정을 이어왔다. 알프스로 떠나는 포르쉐 여행도 이제는 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2026년 3월, 두 사람은 더 큰 도전에 나선다.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알래스카까지 달리는 대장정이다. 물론 전천후 오프로더 카이엔과 함께다. 포르쉐 클럽 마인츠의 회장인 베렌트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 여정에는 단순한 모험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베렌트의 장모가 ALS(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로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아직 치료법이 없는 이 무서운 질병을 널리 알리고 ALS 재단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자 한다. ALS는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 질병은 결국 사망에 이르며, 전 세계 관련 연구는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Race against ALS”라는 모토를 내건 강렬한 래핑의 카이엔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 관심을 끌었고, 두 사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으로 이어졌다. <크리스토포러스>는 베렌트와 봉거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 현대의 모험을 깊이 들여다봤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정의 시작:

우수아이아에서 카이엔 드라이버들의 임무가 시작됩니다.

라이너 베렌트: 세상의 끝에서

2026년 3월, 티에라델푸에고 남단에서. 비글 해협에서 난간에 기대자 뺨 위로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느낍니다. 몇 주 만에 처음으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최근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1년 전 장모님의 죽음. 여행 준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27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순간. 그리고 이곳까지 이어진 로드트립. 그리고 지금. 티에라델푸에고의 우수아이아.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진짜 시작은 아직 하지도 않았습니다. 우수아이아는 특별히 아름다운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입니다. 세상의 끝은 우리에게 시작일 뿐입니다. 이틀 뒤, 출발합니다.

얀 봉거스: 얼음 위에서

우수아이아를 떠난 우리에게 방향은 단 하나, 북쪽입니다. 하지만 티에라델푸에고의 아름다움은 차창 너머로 유혹하듯 펼쳐지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땅을 만끽하고 모든 순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어디서 멈출지조차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약 1,000km를 달리면 서쪽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 공원에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입니다. 지구가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자연경관 가운데 하나인 이 빙하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빙하입니다. 마침내 얼음 위에 두 발로 서는 순간, 이 여행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합니다. 이곳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입니다.

라이너 베렌트와 얀 봉거스의 첫번째 하이라이트(왼쪽에서 오른쪽):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빙하, 페리토 모레노.

라이너 베렌트: 안데스 산맥

우리는 며칠째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릅니다. 가장 가파른 산길을 따라 거의 해발 5,000m까지 힘겹게 오른 뒤 다시 내려갑니다. 지금껏 경험한 것 중 가장 장관인 굽잇길이 이어집니다. 울창한 초록빛 계곡 풍경은 어느새 형형색색의 암석 지형으로 바뀝니다. 광활한 소금 평원과 달 표면을 연상시키는 화산 지대를 가로지릅니다.

그때 갑자기 카이엔이 신호를 보내옵니다. 우리는 100리터 탱크를 갖춘 2세대 디젤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포르쉐답지 않은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디젤 미립자 필터가 더 이상 재생되지 않습니다. 카이엔에게도 고산병이 찾아옵니다. 차량은 비상 운전 모드로 작동하고, 엔진 회전수는 최대 2,000rpm으로 제한됩니다. 엔진은 꿋꿋하게 힘을 냅니다. 우리는 2단 기어로 가파른 비탈길을 헤쳐 나가고, 뒤에서는 트럭이 바짝 따라붙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얼음 위에서 소금 위로:

세계 최대 소금사막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플라사 데 라스 반데라스에 선 카이엔.

얀 봉거스: 고산병

갑자기 이상함을 느낍니다. 메스껍고 어지러우며,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집니다. 이건 고산병이 분명합니다. 심한 경우,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출발 전에 여행의학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았고 약도 챙겨왔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나입니다. 고도를 낮추는 것. 라이너는 우리를 무사히 산페드로데아타카마까지 데려왔습니다. 사막 가장자리의 오아시스, 해발 2,500 미터에서 몸을 추스릅니다. 삼일간 몸을 회복한 끝에 악몽 같던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북쪽으로 향합니다. 서해안을 따라 1,500 킬로미터를 달려 칠레의 산티아고까지 향합니다. 카이엔은 여전히 비상 운전 모드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냅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칠레 포르쉐 클럽 안디노에서 우리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이 커뮤니티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서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공통된 열정이 우리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마인츠에서 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라이너에게는 이런 만남이 익숙하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발견입니다. 이런 클럽 문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우리는 각 나라의 문화를 훨씬 더 깊이 경험하게 됩니다. 비록 잠시 머무를 뿐이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꾸밈없는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사막의 해안: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가리비를 채취하기 위해 잠수해 왔습니다. 베렌트와 봉거스도 한 차례 체험을 통해 이 전통을 직접 접합니다.
“이제 세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얀 봉거스

라이너 베렌트: 라파스의 케이블카

볼리비아의 공급난. 외국인에 대한 주유 판매는 국가에서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다른 가격이 적용됩니다. 모든 주유소 직원이 이 절차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디젤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은 주유할 곳을 찾을 때까지 주유소 여섯 곳을 전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나아갑니다.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인 유우니 소금사막을 가로질러 해발 4,000 미터에 자리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까지 여정을 이어갑니다. 제가 지금껏 본 대도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곳 중 하나입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는 여전히 두 개의 사회 계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고원 지대에는 대개 가난한 원주민들이 살았고, 아래쪽 분지에는 도심 근처에 부유한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그 후 이곳에는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들어섰고,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한 시간이나 걸리던 길도 이제는 단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현명한 도시 개발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잘 보여줍니다.

해발 4,000 m의 이동 수단: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케이블카는 도시 풍경의 일부로 자리 잡아 분지와 고원을 연결합니다.

얀 봉거스: 잉카의 발자취를 따라

라파스를 벗어나는 길에서 카이엔은 한계까지 시험받습니다. 우리는 벌써 2주째 비상 운전 모드로 달리고 있으며, 여전히 2,000rpm을 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지를 벗어나야 합니다. 도로는 가파르게 산을 오르며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1단 기어로, 시속 10 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속도로 힘겹게 올라갑니다. 슬로 모션으로 펼쳐지는 짜릿함. 리마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 1,500 킬로미터. 현지 포르쉐 센터의 페루 직원들도 이미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유적 도시:

두 친구는 페루 안데스산맥에 있는 마추픽추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15세기에 건설된 이 잉카 도시는 1911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정비사들은 온 힘을 다해 카이엔을 살핍니다. 이곳의 정비사들은 평생 카이엔 디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해 포르쉐 클럽 페루의 회장 루이스 피셔를 만납니다. 우리가 마추픽추로 향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은 그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루이스는 옛 잉카의 수도 쿠스코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줍니다. 사흘 뒤, 카이엔은 다시 달릴 준비를 마칩니다. 디젤 미립자 필터가 재생되었고, 새 람다 센서도 장착되었습니다. 이제 비상 운전 모드도 끝입니다. 이제야 한숨 돌립니다!

며칠 뒤, 우리는 쿠스코에서 가이드와 함께 마추픽추로 향합니다. 안데스 산맥에 자리한 옛 잉카 도시는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5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계단식 유적 앞에 서는 순간, 우리가 이곳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찹니다. 과거로, 또 낯선 세계로, 그리고 잉카 제국으로 들어가는 여정입니다.

라이너 베렌트: 에콰도르에서의 강제 휴식

2,000km를 조금 넘게 달린 뒤 에콰도르에 도착한 순간, 상황이 갑작스럽게 돌변합니다. 페루의 사막과 먼지, 모래뿐이던 풍경은 어느새 바나나 농장과 열대 기후, 울창한 녹음으로 바뀝니다. 거친 자갈길은 아스팔트 도로로 바뀝니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이엔이 다시 이상 신호를 보내옵니다. AdBlue를 보충하지 않으면, 곧 엔진 시동을 걸 수 없게 됩니다.

에콰도르에서는 AdBlue가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디젤 차량에서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데 쓰는 요소수라고 설명해도 모릅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000 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시스템이 엔진 시동을 막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달리기 위해 이제는 휴식할 때조차 엔진을 끄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인적 드문 곳의 호텔에 도착하고, 이제 카이엔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AdBlue를 찾는 시간이 며칠째 이어집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키토의 한 매장에 요소수 재고가 있다는 것입니다. 카이엔은 다시 한번 시동이 걸리고, 해결책도 눈앞에 있습니다.

차량:

2세대 카이엔에는 오프로드 타이어와 보조 헤드라이트가 장착되었습니다.

얀 봉거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동생

문제 해결! 다시 길을 나선 우리는 적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마침내 콜롬비아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권고에 따라 주요 도로만 이용하고 야간 운전을 피한 끝에 마침내 메데인에 도착합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 덕분에 이 도시는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오늘날 이곳은 혁신, 예술, 기술 분야에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대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는 이 도시의 역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가이드는 우리를 카사 무세오 파블로 에스코바르로 안내합니다. 이 박물관은 메데인 카르텔의 행적을 다루면서 마약왕을 일종의 로빈 후드처럼 미화한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유럽인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곧 그 논란을 우리도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박물관 설립자와 악수를 나눕니다. 파블로의 동생이자 재무 책임자였던 로베르토 에스코바르는 11년 넘게 교도소에서 복역했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메데인 카르텔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파나마시티로 가려면 카이엔을 배에 실어 보내야 합니다. 늪지와 울창한 열대우림이 가로막고 있는 다리엔 갭은 육로로 통과할 수 없습니다. 파나마에서도 어김없이 현지 포르쉐 클럽을 만납니다. 이런 만남은 여전히 저를 매료시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온두라스까지: 중미에서는 클럽의 열기가 엄청나게 느껴집니다.

라이너 베렌트: 중미

니카라과에서는 우리가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는 사람들 탓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 탓입니다. 국경에서부터 우리는 몇 차례나 차의 짐을 몽땅 꺼냈다가 다시 실어야 합니다. 드론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우리는 미리 우편으로 온두라스로 보냈습니다. 작은 드론 하나는 몰래 반입할 생각입니다. 이 곳은 지금까지 지나온 나라와는 통치 방식이 다릅니다. 경찰 검문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현지인들은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아줍니다. 예를 들어, 에스텔리에서는 한 픽업트럭 운전자가 반갑게 손짓하며 우리를 세웁니다. 그는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우리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시가 제조업자가 우리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해 주네요. 그러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초대를 받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작은 개인 맥주 양조장 겸 레모네이드 제조 공장으로 갑니다. 국경에서 받은 첫인상을 금세 잊게 만드는 멋진 순간들.

다음 목적지는 엘살바도르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정치적 노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지 포르쉐 클럽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예전에는 현지인조차 포르쉐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려면 방탄 차량과 경호 인력을 동반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엘살바도르는 따뜻한 환대와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한 나라입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이곳을 찾을 것입니다.

얀 봉거스: 푸에고 산에서

과테말라에서 현지 포르쉐 클럽 회장인 페드로 솔레스는 우리에게 아카테낭고 화산 등반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 정상에서 활화산인 푸에고 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2일간의 투어는 지금까지 겪은 것 중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15분마다 불의 산에서 증기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용암이 솟구칩니다. 두 눈으로 직접 용암을 보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잠시 멈춰 서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등반 뒤에는 하산이 기다립니다. 어느새 우리는 다시 카이엔에 올라 멕시코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포르쉐 클럽 멕시코의 회장인 카를로스 J. 파니 빌라로보스가 이번 구간에서 도로 위 우리의 경호원이 되어줍니다. 멕시코시티에서 대도시를 우회할 수 있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려 할 때, 그는 스마트폰을 통해 교통 상황을 안내합니다. 분주한 거리 풍경 때문에 운전이 쉽지 않지만, 사명감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라이너 베렌트: 레이싱 트랙으로

미국 입국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검문소 직원들도 최고로 친절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낯설고 이국적인 여정도 끝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땅을 달리기 때문입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 여유를 부린 만큼, 이제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속도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몇몇 하이라이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북미 서해안에는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포르쉐 정신이 살아 숨 쉬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매력을 마음껏 누려볼 차례입니다. 로스엔젤레스에서는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들러 오프로드 코스를 마음껏 즐깁니다. 그다음은 전설적인 레이스 트랙 중 하나인 라구나 세카로 향합니다. 인스트럭터는 타이칸을 몰고 우리를 레이스 트랙 위로 질주하게 합니다.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입니다. 이 질주에 자극받아 우리도 속도를 올립니다. 밴쿠버에서 제 아내와 만나기로 한 만큼 늦을 수는 없습니다.

북아메리카:

미국에서 베런트와 봉거스는 100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속도를 높입니다. 캐나다에서는 다시 여유를 내어 <크리스토포러스> 사진작가와 함께합니다. 페루 촬영에서는 사막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구간은 울창한 초목이 돋보입니다.

얀 봉거스: 막판 스퍼트

네덜란드인인 저는 밴쿠버에서 특히 자전거 타는 것을 즐깁니다. 하지만 다시 운전대를 잡을 시간입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로 향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흑곰, 불곰, 그리고 회색곰이 우리 길을 가로지르고, 무스와 들소가 도로변을 어슬렁거립니다. 다시 본토로 돌아오자, 며칠 동안 로키산맥이 우리와 함께합니다. 우리는 하이킹을 위해 잠시 차를 세우고, 이 산맥이 이번 여정에서 단연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는 데 뜻을 같이 합니다.

6월, 우리는 마침내 북극권을 지나 알래스카에 들어섭니다. 이제 밤이 와도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태양은 고집스럽게 하늘을 지키고, 자정에도 풍경을 황금빛으로 물들입니다. 더 북쪽으로 달리자 풍경이 달라집니다. 싱그러운 녹음과 야생화 초원은 어느새 평평한 툰드라 지대로 바뀝니다. 우수아이아에서 세상의 끝을 본 뒤, 이제 그 반대편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이 서서히 듭니다. 가혹한 땅, 끝없이 펼쳐진 광야, 그 모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라이너 베렌트: 최저점

달튼 하이웨이의 마지막 구간, 페어뱅크스에서 데드호스까지 이어집니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얀과 저는 이번 여정을 통해 오랜 우정을 혹독하게 시험했습니다. 세상을 떠난 장모님의 삶과 기억도 이 여정에 새겼습니다. 이제 고통스러운 기억들 사이로 새로운 순간들이 스며들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줍니다. 샌디에이고에서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역시 세 번이나 ALS를 겪었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페어뱅크스에서는 우리 차를 눈여겨본 한 트럭 운전사가 아침 식사 자리에서 20달러를 기부금으로 슬쩍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ALS를 겪었던 한 커플은 우리의 식사비까지 계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차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선뜻 기부에 동참한 수많은 사람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데드호스:

공구점 앞에 달튼 하이웨이의 공식 종점이 있습니다. 이제 #panamericana100project도 스티커로 이곳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차량에서 눈에 띄는 것은 “Race against ALS”라는 모토와 QR 코드입니다. 이 코드를 통해 여정 중 곳곳에서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관심을 가져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ALS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모금 활동을 계속한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데드호스에 도착합니다. 마침내 꿈이 실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순간은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평범한 주민은 찾아볼 수 없으며, 수천 명의 계절 석유 노동자들이 머무는 컨테이너 마을입니다. 파이프라인, 채굴 및 생산 설비, 산업 건물, 그리고 트럭이 이곳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저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이곳 자체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다가오는 끝 때문입니다. 이 꿈을 이제 온전히 살아냈습니다. 그다음에는 무엇이 올까요? 저는 예전에 하던 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생각입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새로운 시야도 얻게 됐습니다. 미래에 어떤 일이 찾아오더라도, 제가 열정을 느끼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손주들에게도 들려줄 이번 여행에서처럼 말입니다.

얀 봉거스: 데드호스

자부심과 벅찬 감정에 휩싸인 채 데드호스에 선 순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이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행운아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세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시야도 얻게 됐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 중 일부는 사실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이번 여행에서 맺은 수많은 만남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제 마음의 자양분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여행을 다닌 끝에, 서서히 또 다른 깨달음이 싹트고 있습니다. 집도 정말 좋다는 사실 말이죠.

한눈에 보는 여정

이동 거리: 41,600km
여정 기간: 100일(출발지까지 이동 및 귀국 제외)
국가: 15개국

Matthias Kriegel
Matthias Kriegel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