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칸이 여전히 PDK를 고수하는 이유

혁신적인 E-시프트 기능은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기계적 변속 과정을 정교하게 구현해 낸다. 운전자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처럼 타이칸의 압도적인 출력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며 시각, 청각,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시선은 포르쉐가 빠르게 접근하는 헤어핀 코너로 집중된다. GT 스티어링 휠의 왼쪽 패들을 짧게 당겨 기어를 2단으로 내린다. 타코미터 바늘이 레드라인 바로 앞까지 치솟고, 순간적인 진동이 차를 관통하듯 전해지며 거친 포효가 울려 퍼진다. 구동계의 감속 토크가 풋브레이크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정교하게 속도가 줄어든다. 코너 정점에 도달해 다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강력한 토크가 지체 없이 전달된다. 이제 오른쪽 패들을 빠르게 당긴다. 다시 한번 묵직한 변속감이 차체를 관통하듯 전해지며 곧바로 힘이 되살아난다. 3단 기어가 정확히 들어간다.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그야말로 포르쉐다운 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순간과도 다른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랙 위에서 상상하기 힘들었다. 서킷을 질주하는 차는 8단 가상 기어를 사용하는 순수 전기 타이칸이다. 새로운 옵션인 E-시프트 덕분에 타이칸 모든 라인업의 감성적인 주행 경험이 한층 확장됐다. E-시프트는 전기 스포츠카에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 감각을 시뮬레이션한다.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놀라운 현실감을 전한다.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이 혁신 기술은 타이칸 운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도어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서 운전자는 이미 변속과 유사한 경험을 해왔다.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의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2단 변속기와 후륜 모터를 결합해 즉각적인 가속 반응과 뛰어난 고속 주행 성능을 동시에 구현해 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두 주행 성능을 끌어 올리면, 기어가 바뀌는 순간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변속감이 전해진다. 2027년형부터 모든 타이칸 라인업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E-시프트 변속기는 변속 감각을 한층 더 증폭한다. 정교하게 조율한 사운드, 중앙에 자리 잡은 최대 7500rpm까지 표시되는 타코미터, 회전수 리미터, 스티어링 휠 패들, 가상 기어 변속 시 느껴지는 진동이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인다.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수십 년에 걸쳐 변속 과정을 더 빠르고 정밀하면서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3세대 911(964)의 팁트로닉에서 거의 끊김이 없이 변속하는 오늘날 PDK에 이르기까지, 진화 과정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조적으로 구동력 단절이 거의 사라진 전기 스포츠카에서, 포르쉐는 이제 기어 변속 감각을 다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개발진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깊은 영역으로 들어간다. 쉽게 말하면, 개발진은 기술적으로 불필요한 일곱 번의 추가 변속 과정을 소프트웨어 코드로 정교하게 짜 넣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타이칸의 주행 경험에는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져 있었습니다.” 포르쉐에서 E-시프트 기능을 담당하는 마르쿠스 린더마이어의 설명이다. 그가 말하는 요소는 킬로와트로 나타내는 출력, 가속 성능, 다운포스와 같은 성능 수치가 아니라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이다. 바이작 개발 센터의 엔지니어들은 운전자가 직접 변속할 때 차와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곧바로 공감한다. 그들은 속도만으로 주행을 판단하지 않는다. 힘, 소리, 촉각 피드백이 만들어 내는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다. E-시프트를 적용한 타이칸 역시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전기 모터의 회전수에 반응해 정교한 청각적 피드백을 제공한다.

감성을 깨우는 시동 버튼:

스티어링 휠에 통합한 스위치로 E-시프트(E-Shift) 기능을 활성화한다.
“동료들이 차를 돌아보며 대체 차에 무슨 작업을 했냐고 물어보더군요.” 막시밀리안 가이거

E-시프트 시스템의 목적은 차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있지 않다. 가상 변속기가 운전자와 차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911 터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주행 감각과 유사하다. 수동 주행 모드에서는 모터를 최적의 회전수 범위로 둔 채 적절한 변속 시점을 선택하고, 운전 실력을 발휘해 출력이 전개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자동 모드를 선택하면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의 PDK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E-시프트는 차에 한층 풍부한 감성과 더 많은 피드백을 더합니다.” 린더마이어는 혁신의 비전을 이렇게 정리한다.

완벽하고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고자, 엔지니어들은 실제 PDK의 정교한 작동 방식을 제어 로직에 그대로 프로그래밍했다. “수많은 PDK 기능이 있습니다." 린더마이어는 브레이크 다운시프트 기능을 예로 들어 원리를 설명한다. “감속 강도에 따라 알아서 기어를 낮추죠. 코너링할 때는 최적의 안정성을 위해 시스템이 현재 기어를 유지하고, 자동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을 인식해 변속 전략도 맞게 조정합니다.” 개발진은 일반 변속기의 한계 요소까지 반영해 놓았다. 저속에서 고단 기어로 주행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타이칸의 가속 반응이 둔해진다.

적절한 사운드도 주행 경험의 일부다. 린더마이어는 변속 감각에 맞는 ‘청각적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소리가 빠지면 완벽할 수 없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하며 확인했죠. 소리가 없으면 감각이 어색해집니다.” 이제 사운드 디자이너 막시밀리안 가이거가 이야기할 차례다. 그와 팀은 엄청난 과제에 직면했다. “공회전부터 회전수 리미터에 도달할 때까지 전체 회전수 영역을 아우르는 구동 사운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가이거가 가상 회전수, 실제 부하, 주행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사운드에 관해 설명한다. 이 사운드는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에 기반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훨씬 더 복잡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일부 매개변수를 타이칸에서는 소프트웨어로 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엔진과 차량 측정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피드백 요소인 감성적 사운드를 개발했다. 새로운 사운드 콘셉트를 적용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장에서 처음으로 몰아본 순간, 가이거는 개발팀이 제대로 된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동료들이 차를 돌아보며 대체 차에 무슨 작업을 했냐고 물어보더군요.” 가이거는 방향이 맞다고 확신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의 팀은 서로 다른 특성에 중점을 둔 여러 사운드 디자인을 개발했다. “주의 깊게 들으면, 앞으로는 타이칸의 각 세부 모델을 사운드만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겁니다.” 가이거가 귀띔한다.

출발 시 라이더는 새로운 청각 경험을 한다. 전기차에 공회전 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초에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차 중에도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한 타코미터의 바늘이 미세하게 떨린다. 소리는 여기에 다이나믹하게 조정한다. 부하에 따라 낮고 묵직한 기본 사운드 위로 전기모터 특유의 음색이 더해진다. 4000rpm에 도달하면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행 중 시스템이 속도와 부하를 정교한 음향 정보로 전달하므로, 운전자는 주행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소는 주행 경험의 차원을 높인다. 시뮬레이션된 기어 변속은 전기 파워트레인의 연속적인 가속 과정에 뚜렷한 구분점을 만들고 출력 전개를 구조화한다. 경험 효과는 주행 모드에 따라 더 강렬해진다. 변속 표시등과 회전수 리미터는 최적의 변속 시점을 시각과 촉각으로 알려준다. 운전자는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 과정을 직접 제어하거나 자동 모드에 맡길 수 있다.

수동 변속:

새로운 E-시프트 기능을 넣으면 스티어링 휠 패들로 가상 기어 변속을 할 수 있다.

사람과 소프트웨어, 즉 운전자와 가상 변속 시스템을 이어 주는 핵심 인터페이스는 새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다. E-시프트를 작동하는 모드 스위치가 달린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운전석에서 눈에 띄는 유일한 기계적 변화다. 스위치는 911 GT3 RS의 운전자가 트랙션 컨트롤을 조절하는 바로 그 자리에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가상 변속기가 활성화되고, 다이얼을 돌려 수동 변속과 자동 변속 모드를 손쉽게 오간다.

스티어링 휠 림 뒤에 있는 두 개의 패들 시프트는 기어 변속 외에 다른 역할도 해낸다. 운전자가 두 패들을 동시에 조작하는 즉시 ‘푸시 투 패스(Push-to-Pass)’ 기능이 활성화된다. 추월이나 순간 가속에 필요한 출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고, 구동력을 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어로 변속된다. “트랙에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조작 방식을 구현합니다.” 콘셉트 개발 부문의 리잔네 샬이 설명한다. “운전자는 두 손을 스티어링 휠에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 주행 안전성 측면에서 큰 이점이죠.” E-시프트 모드가 꺼져 있으면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회생 제동 강도를 ‘꺼짐’, ‘1단계’, ‘2단계’ 세 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운전자는 트랙에서 필요에 따라 회생 제동 강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샬이 설명한다.

다시 가상 변속으로 돌아와서,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점이 있다. E-시프트는 타이칸의 속도를 떨어뜨릴까? “변속하는 순간에는 토크를 일시적으로 줄였다가 곧바로 다시 높입니다.” 린더마이어가 답한다. “전체적으로 차이가 없어서 이전과 동일하게 빠릅니다.” 개발 과정에서 진정한 혁신이 탄생한다. 가상 1단과 2단은 모두 실제 1단의 최대 출력 범위에 해당한다.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는 리어 액슬에 있는 효율이 더 높은 실제 2단을 사용한다.

E-시프트 패키지는 차체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타이칸 파생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고, 이미 주문 가능하다. 760kW (1034 마력; Taycan Turbo GT: 전기 소모량 복합 (WLTP) 21.2 – 20.5 kWh/100 km, 복합 CO₂ 배출량 (WLTP) 0 g/km, CO₂ class A ) 출력을 내는 타이칸 터보 GT에는 기본 사양으로 포함된다.

Constantin Bergander
Constantin Berg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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