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

Test Drive: 전기차가 서서히 대중화의 길로 들어서는 이때, 전기 스포츠카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포르쉐가 타이칸으로 전기 스포츠카의 기준을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선도한다.

   

Taycan Turbo
전기 소모량 복합: 26.6–22.9kWh/100km
복합 CO2 배출량: 0g/km (2020/12 기준)

Taycan Turbo S
전기 소모량 복합: 25.6–24.3kWh/100km
복합 CO2 배출량: 0g/km (2020/12 기준)

Taycan 4S
전기 소모량 복합: 26.0–21.0kWh/100km
복합 CO2 배출량: 0g/km (2020/12 기준)

표기된 타이칸4S, 타이칸 터보, 타이칸 터보 S 정보는 WLTP 기준입니다. 본 차종은 국내에서 수입 및 판매에 필요한 인증 절차가 필요한 차종으로, 국내 공인 연비를 포함한 인증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당 크리스토포러스 마켓페이지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타이칸과 처음으로 마주한 장소는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 행사가 열린 서킷이었다. 적잖이 마음이 걸렸다. 스포츠카를 서킷에서 타는 일이 당연하다지만 타이칸은 전기차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시험적인 차종이다. 서킷에 오르기 전에 경험해야 할 기본사항이 많다. 충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완전히 충전한 다음에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인지 등등. 기본 테스트는 건너뛴 채 서킷을 달려야 하니 예선도 거치지 않고 바로 결승전에 나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제원을 살펴보니 충분히 건너뛸 만 했다. 일반 전기차의 두 배인 800V 초고압 시스템을 도입해서 5분 충전하면 100km를 달릴 수 있고 조건이 맞으면 22분 30초 만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는 WLTP 기준 터보 S 412km, 터보 450km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기본기는 이미 월등한 수준에 도달했으니 스포츠카의 본성에만 집중해서 보면 됐다.

타이칸은 새로운 스포츠카다. 전기차만의 특성을 살리면서 운전의 재미라는 스포츠카의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스포츠카의 미래:

스포츠카의 미래:

전기 모터의 빠른 가속과 낮은 무게중심에서 오는 안정감이 인상 깊다. 다가올 전기 스포츠카의 미래를 타이칸을 타고 미리 경험한다.

마음이 걸린 또 다른 이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힘이다. 타이칸은 4S, 터보, 터보 S 세 종류가 나온다. 순서대로 출력은 최대 571마력, 680마력, 761마력이다. 론치콘트롤 때 최대토크는 66.3kg・m, 86.7kg・m, 107.1kg・m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하는데 4초, 3.2초, 2.8초 걸린다. 최고시속은 4S 250km, 터보와 터보 S는 260km다. 하이퍼카 성능을 스포츠카에 집어넣은 듯해서 수치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PWRS에서 탈 차는 터보와 터보 S였고, 서킷에서는 최강 모델인 터보 S를 타야 했다. 출력 높은 차는 조심해서 타도 까딱 잘못하면 움직임이 어떻게 틀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크다. 처음 타는 차라면 더 그렇다. 앞뒤에 전기모터를 하나씩 배치해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구성했다지만, 이 정도 출력이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 마침 태풍의 영향으로 타이칸을 타는 날 비가 내렸다. 흥건히 젖은 서킷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려니 걱정이 앞섰다.

걱정도 궁금증을 앞서지는 못했다. ‘포르쉐가 만든 전기 스포츠카는 어떨까?’ 타이칸을 타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힘은 충분히 강하지만 배기음도 없고, 변속기도 2단에 불과하고, 무게는 2.3t이 넘는 차를 과연 포르쉐가 어떻게 조리해서 스포츠카에 걸맞은 역동성을 구현했는지 궁금했다. 마치 밀가루와 이스트는 주지 않고 물과 달걀만 가지고 빵의 맛과 식감과 모양을 살려보라는 과제 같다. 완전히 스포츠카의 기준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노하우 없이는 힘든 시도다. 타이칸이 전기 스포츠카 분야에서 대중화를 이룬 첫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점도 포르쉐여서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먼저 터보를 타고 가속 테스트를 했다. 가속이 더 빠른 터보 S가 있었지만 터보만 타도 간담이 서늘했다. 젖은 노면에서 급가속하는데 순간 이동하듯 튀어 나간다. 시작 전에 인스트럭터가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꼭 붙이라고 주의를 주는데, 흘려들었다면 뒤통수가 얼얼할 뻔했다. 머릿속 피가 쏠려서 어질할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간다. 놀라운 점은 젖은 노면에서도 차체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출발하는 순간 미세한 움직임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제동할 때도 마찬가지. 흐트러지거나 쏠리는 현상이 거의 없이 반듯하게 멈추어 선다. 마른 노면이었다면 가속도 값이 더 크게 나온다는 인스트럭터의 말을 들으니 타이칸의 한계가 더 궁금해진다.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세그먼트:
타이칸이 시장 개척자로 인정받는 이유는 앞선 기술 덕분이다. PWRS에서 소개할 때도 기술 설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킷에는 터보 S를 타고 나갔다. 비가 오는 상황이라 마른 노면일 때보다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페이스카는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속도를 높였다. 믿고 따라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달렸는데 굉장히 안정적으로 서킷의 라인을 따라 달린다. 터보 S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3챔버 에어 서스펜션,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플러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PDCC 스포츠) 등을 갖췄다. 자세를 잡아주는 각종 장비가 제어하는 까닭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거운 무게와 배터리가 역동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는 차체 바닥 앞뒤 바퀴 사이에 자리 잡는다. 거대한 무게추가 아래쪽에 달린 셈이다. 엔진은 없지만 차체 구성은 미드십 쿠페와 비슷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지상고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타이칸은 스포츠카의 본성에 어긋나지 않게 낮췄다. 실제 무게 중심도 포르쉐 다른 스포츠카보다 낮다. 이런 구조에 2.3t 남짓한 무게로 바닥을 누르니 안정감이 상당하다. 자석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중립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물리적인 구조에서 우러나는 기계적인 안정감의 차원이 다르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막강한 파워로 밀어붙인다. 이렇게 강력한 차를 제대로 잘 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다루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움직임은 달라진다. 뒤를 날리며 경쾌하게 꼬리를 흔들어댈 수 있다.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굵고 거친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인공적인 소리이지만 919 하이브리드의 배기음을 재현했고, 상태에 따라서 소리도 달라진다.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힘을 다루고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차이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포르쉐 스포츠카 테두리 안에서 타이칸은 제원이 좀 다른 차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맹목적인 내연기관 스포츠카 따라하기가 아니라, 전기차만의 특성을 살리면서 운전의 재미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

역동성과 실용성의 결합체:

역동성과 실용성의 결합체:

타이칸의 크기나 생김새는 911과 파나메라의 중간 정도다. 911의 역동성과 파나메라의 실용성이 조화를 이뤄 서킷과 일상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크기나 생김새는 911과 파나메라의 중간 정도다. 두 차를 섞은 듯하지만 묘하게 독자적인 개성을 풍긴다. 포르쉐의 정체성을 살렸는데 다른 모델과 비교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 역동성은 911 쪽으로 기울지만 공간이나 실용성은 파나메라 쪽을 향한다. 타이칸은 유선형 쿠페 스타일이라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길이는 4963mm로 5m에 가깝고 휠베이스는 2900mm나 된다. 긴 제원을 바탕으로 일상의 실용성을 살렸다. 4인승인데 뒷좌석에도 성인이 앉을 만하다. 트렁크도 뒤쪽에 366L나 확보했고, 앞쪽에도 81L 공간을 마련했다. 실내는 최신 트렌드에 맞게 디스플레이와 터치가 대세를 이룬다. 계기판의 변화는 전기차 특성을 잘 말해준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쓰는데 그래픽으로 전통적인 클러스터를 표시해 정체성을 이어간다.

타이칸은 포르쉐의 역동적인 본성을 고스란히 담았지만 융통성 없게 스포츠카 특성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전기차의 효율성 또는 일상용 차의 실용성을 우선 고려한 부분도 있다. 뒷좌석 발이 닿는 바닥 부분은 발 공간 확보를 위해 배터리를 배치하지 않고 움푹 파놨다. 스포츠카이면서 뒷좌석 공간을 시늉만 내는 자리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레인지 모드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바퀴만 사용해서 달린다. 레인지와 노멀 모드에서는 여느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달린다. 2단 기어는 고속에서 높은 효율과 출력을 도모한다. 공기저항계수는 0.22에 불과해 공기저항에 의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극한을 추구하는 듯하면서도 전기차의 효율성과 일상용 차의 실용성을 동시에 챙긴다.

전기차는 근본적으로 순간 가속력이 강하고 제로백이 빠른 편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는 진정한 스포츠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타이칸이 여실히 보여준다. 타이칸은 스포츠카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가 아니라, 전기차에 스포츠카 기술을 쏟아부어 만든 차다. 포르쉐가 손을 대면 어떤 형태 차종이든 스포츠카로 변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타이칸은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카의 미래를 보여주는 완전히 새로운 차종이다.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