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월드 로드쇼, 경험이 곧 진리

Circuit Experience: 포르쉐 월드 로드쇼가 열렸다. 한 대 한 대 포르쉐의 모든 차종을 경험하고 나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포르쉐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는 유독 약자가 많이 나온다. PASM, PTM, PTV, PSM, PDCC, PCCB, PDLS, PCM 등. 스포츠카 브랜드인 만큼 약자는 대부분 퍼포먼스에 관한 기술 또는 부품을 나타낸다. 공통점은 모두 P로 시작한다. 당연히 P는 포르쉐(Porsche)를 뜻한다. 자사가 개발하고 적용한 기술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약자로 표현한 기능이나 부품을 깊이 있게 알기는 쉽지 않다. 들어간 기술이 워낙 수준이 높은 데다가 구현하는 과정이나 방식이 복잡해서다. 그렇지만 직접 경험하면 우수성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운전하는 동안 주행의 즐거움이나 안정성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게 감이 온다.

PWRS는 기능 약자처럼 보이는데 ‘포르쉐 월드 로드 쇼(Porsche World Roadshow)’ 이벤트를 나타내는 말이다.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주관하는 이벤트이고 전 세계를 돌며 개최한다. PWRS가 기계 기능의 약자는 아니지만 방향성은 같다. 직접 경험하면서 진가를 알아간다는 면에서 다른 약자 표시와 일맥상통한다. PWRS는 포르쉐가 선보이는 모델 대부분을 서킷에서 직접 타면서 제품의 우수성과 퍼포먼스를 경험하는 이벤트다. 포르쉐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브랜드와 모델에 대해 알아가는 자리이고, 포르쉐 마니아에게는 새로운 모델을 경험하고 더 깊이 다가가는 기회다.

형형색색 포르쉐:

형형색색 포르쉐:

PWRS 2020은 지난 9월 1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일 동안 서킷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보면 역시 스포츠카 브랜드답다는 감탄이 나온다. 독일에서 공수한 스포츠카 26대를 투입하는 면면을 보면 이벤트의 전문성과 포르쉐가 들이는 노력을 알 수 있다. 독일 번호판이 그대로 붙은 차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독일 서킷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에 빠져든다.

서킷 이벤트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진행하므로 참가자가 탈 기회와 시간이 대체로 적은 편이다. 투입한 모델의 가격대가 높다면 더욱더 조심해서 진행하기 마련이다. PWRS는 다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능한 한 많이 돌리고 최대한 한계치에 접근하려고 한다. 포르쉐가 만든 차를 제대로 알게 하려는 목적과 안전하게 고성능을 구현한다는 자신감이 차를 사리지 않는 진행으로 이어진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격한 움직임의 연속인데도 차는 멀쩡하다. 오히려 참가자가 지친다. 차의 내구성보다 참가자의 체력이 더 중요한 이벤트다. 그만큼 포르쉐라는 브랜드를 뼛속까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PWRS 2020의 프로그램은 모두 5개다. 타이칸, 핸들링1, 핸들링2, 슬라럼&브레이크, 데모 랩이다. 슬라럼&브레이크를 제외하면 모두 서킷을 돈다. PWRS도 자동차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요즘 한창 뜨는 분야는 전기차다. PWRS 2020의 주인공은 단연 포르쉐가 처음 만든 순수 전기차 타이칸이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타이칸의 성능을 처음 체험하는 기회를 선보였다. 이벤트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에도 타이칸 세 대가 등장했고, 세션 하나를 아예 타이칸으로 채웠다.

근거 있는 자신감:

근거 있는 자신감:

타이칸 세션은 가속과 서킷 체험으로 진행했다. 타이칸 터보를 타고 정지상태에서 풀 가속하고 제동하는 체험을 하고, 터보 S를 타고 서킷을 돌았다. 전기 스포츠카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어떤 점이 다르고 비슷한지, 포르쉐가 만든 전기차는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기회다.

핸들링1은 2도어 스포츠카를 타고 서킷을 도는 세션이다. 911 카레라 4종, 718 박스터 등 납작한 정통 쿠페를 타고 서킷에서 운동성능을 체험한다. 포르쉐의 진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차종들 모임이다. 핸들링2는 4도어 스포츠카를 타는 순서다. 파나메라,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마칸, 카이엔, 카이엔 쿠페를 탄다. 거주성을 중시한 모델처럼 보이지만 포르쉐의 역동적인 특성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2도어 정통 쿠페와는 또 다르게 해석한 역동성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911과 모양과 크기는 달라도 ‘포르쉐는 역시 포르쉐’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포르쉐를 제대로 알도록 가능한 한 많이 돌리고 최대한 한계치에 접근하려고 한다.

시공을 초월한 주행:

시공을 초월한 주행:

슬라럼에서는 718 박스터 T를 타고 좌우로 방향을 바꾸고 U턴 구간에서 회전하며 차의 성능과 균형감을 체험한다. 911 터보 S에 앉아 론치컨트롤과 급제동을 경험하며 가속과 제동 성능을 확인한다. 데모 랩은 차의 극한 성능을 동승하면처 체험하는 순서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모는 차 옆자리에 앉아 본인이 도달하지 못한 한계를 간접 체험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포르쉐는 포르쉐 세계관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차를 타고 가속하고 회전하고 제동하고 격하게 달리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같은 차는 없다! SUV나 쿠페는 당연히 차이가 나겠지만, 같은 차종에서도 파워트레인과 옵션과 세팅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어차피 포르쉐도 차종을 아우르며 기술과 부품을 공유하는데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루 동안 각기 다른 여러 차종을 한꺼번에 경험하니 차이가 분명해진다. PWRS의 묘미가 바로 이 부분이다. 다양한 포르쉐 차종을 한꺼번에 경험하면 포르쉐 브랜드와 차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포르쉐라는 이름으로 한 덩어리처럼 보이던 브랜드가 사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모델 수십 종의 결합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경험하면 알게 된다는 포르쉐 약자의 비밀이 PWRS에도 그대로 통한다.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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