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심장

모든 포르쉐의 출생지는 같다. 슈투트가르트 외곽 작은 마을 바이작에 있는 개발 센터다. 스포츠카가 전기로 달리든, 연소 엔진으로 달리든, 일반도로용이든 레이스 트랙용이든 개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크리스토포러스>가 100헥타르에 이르는 부지에 있는 비밀의 방을 들여다봤다.

   

포르쉐 718 Cayman 모델 (글로벌 기준)
복합 연비: 11.1–8.9l/100km
복합 CO2 배출량: 251–201/km (2020/12 기준)

본 매거진에 수록된 기술 관련 수치는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습니다. 연비 및 배기가스 수치는 새로운 인증규격인 WLTP 기준에 따른 데이터입니다. 

콘셉트 구축

처음에는 클레이를 사용하고 다음에는 밀링 가공한 플라스틱이나 다양한 급속 조형법으로 만든 부품을 더한다. 모델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인 팀의 아이디어를 단계적으로 형상화한다. ‘아이디어를 가시화한다’는 모델 제작 전문 팀의 모토다. 초기 단계에는 앞으로 만들 모델의 비율을 정하는데 다양한 플라스틱 블록 재료를 사용한다.

최초 시각화 작업은 항상 클레이로 한다. 빠르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클레이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손재주가 좋아야 한다. 개발 과정이 계속되면서 형태는 점점 세련되게 변한다. 클레이 모델링은 꽤 어려운 작업인데, 외피가 공기역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최종 승인하기 전에는 이른바 유동 차체를 사용한다. 유동 차체는 조인트, 공기 흡입구, 휠하우스와 기타 세부 부분이 대량 생산할 때 조건과 거의 일치한다. 다음 개발 단계는 인접한 풍동에서 이어진다. 

디자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준비하는 일이 디자인 팀의 과제다. 첫 단계는 종이나 태블릿에 그린 스케치다. 다음 2차원 도면을 3차원 형태로 바꾸어야 하는데, 먼저 가상 공간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이후 물리 모형을 만든다. 디자이너, 모형 제작자, 공기역학 전문가가 한 건물에서 작업하므로 의사소통과 비밀 유지에 도움이 된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범위는 차체 형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범위만 해도 기본 치수부터 시트 이음새의 미세한 부분까지 포함한다.

최종 결정은 물리 모형을 이용해 이뤄지므로 디자인 작업에는 전통 수공 장인도 참여한다. 디자인 팀의 다른 전문가들은 흔히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항을 고안하고 시험한다. 사용자 경험은 포르쉐 커넥트 가상 세계도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디자인과 기술, 외관과 실내 이 모든 부분이 결합하려면 격의 없는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 디자인 책임자 사무실에 전통 책상이 아니라 모든 분야 전문가가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을 갖다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조실

구 정문 바로 뒤 1동 건물에 1971년부터 자체 주조실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바이작 직원 중에서도 극소수다. 매 근무일 1시 반이 되면, 전문 용어로 합금이라고 하는 금속 배합물을 녹이고 조절하고 점검해 주조 작업을 실행한다. 700℃가 넘는 뜨거운 용융물이 모래 주형으로 흘러든다. 주형 제조에 필요한 공구는 모델 제작팀에서 자체 개발하고 제작한다. 주조 장인과 건장한 직원들이 주형에서 때로는 세탁기 드럼 크기만 한 전기 모터 하우징을, 때로는 형태가 매우 미세한 차체 부품을 뽑아낸다.

대부분 이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자동차 부품이다. 자체 주조실 덕분에 초기 개발 단계부터 모든 부분에 품질이 견고한 부품을 사용해 프로토타입을 시험할 수 있다. 재료가 제한적인 3D 프린팅 기법으로는 이러한 시험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포르쉐는 고응력 부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특수 합금을 개량한다. 예를 들어 합금에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차체 무게를 늘리지 않고 충돌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자체 주조실 덕분에 재료에 관한 노하우가 절대 회사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전면 투영 면적 측정

주행 시 바람이 완벽하게 차체를 따라 흐르게 하는 것이 모든 공기역학 개발자가 추구하는 목표다. 이러한 품질은 흔히 Cd 값이라고 부르는 항력계수로 표현한다. 풍동 측정 데이터에서 이 값을 계산하려면 자동차의 전면 투영 면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공기 저항과 이에 따른 연료 또는 전력 소모는 전면 투영 면적에 따라 결정된다. 전면 투영 면적을 1,000분의 1.5 편차로 산출하려면 전면 투영 면적 측정 시스템이라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이 시스템은 그림자 극장 원리로 작동한다. 녹색 LED에서 나온 빛이 자동차 전면 전체를 두 차례에 걸쳐 훑는다. 자동차 뒤에 완벽히 평행으로 설치한 스크린에 윤곽이 표시된다. 비디오카메라가 스크린을 촬영하고 영상은 컴퓨터에서 단일한 이미지로 합쳐진다. 이미지 처리 프로그램이 전면 투영 면적을 계산한다.

기후실

북극에서는 영하 40℃, 애리조나에 주차한 자동차 실내는 영상 90℃까지 올라간다. 바이작에 있는 기후실 네 곳은 전혀 쾌적하지 않다. 새로운 스포츠카는 모두 개발 과정 동안 기후실 안의 악조건을 여러 번 견뎌내야 한다. 스포츠카는 극한 온도 시험뿐만 아니라 내구성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자가 스프레이건을 손에 들고 영하 18℃에서 하룻밤을 지낸 차 앞 유리에 물을 뿌린다. 그런 다음 엔진에 시동을 걸면 정해진 시간 안에 앞 유리에 낀 성에가 사라져야 한다. 다른 테스트에서는 대시보드 가운데 대형 디스플레이가 40℃에서 인공 태양이 뿜어내는 직사광선이 들어와도 항상 잘 보이는지 점검한다. 40℃에서 문손잡이가 고장 나지 않는지도 검사한다. 인접한 풍동에서는 섀시 다이너모를 활용해 극한 온도에서 운전, 예를 들어 데스밸리의 악명 높은 타운 패스(27km에 걸쳐 6%에 이르는 경사도)에서 주행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운전석에는 숙련된 테스트 드라이버가 앉는다. 전기 자동차도 내연기관을 얹은 차와 거의 같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공력음향 풍동

신축 풍동은 2015년에 가동을 시작했는데, 비밀 프로토타입을 시속 300km에서 실제 그대로 측정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핵심은 교체 가능한 벨트 시스템인데 자동차 아래 표면에서 이동할 수 있어서 차체 바닥과 휠하우스의 공기 흐름을 실제에 가깝게 구현한다. 탑승자에게는 다운포스와 공기 저항뿐만 아니라 바람 소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용한 전기 구동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면서 바람 소리 제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포르쉐 전문가는 6번에 1번 정도 공력음향을 측정한다. 마이크를 600개가량 설치한 측정 장치를 자동차 옆과 위에 달면, 방해 소음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음향 사진이 생성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행 시 바람을 받는 사이드미러다. 최적 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공기역학 전문가는 음향 전문가, 차체 전문가, 인체공학자,디자이너와 통제실에 모여 개선책을 찾는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공력음향 풍동과 그 밖의 소형 풍동을 24시간 운영한다.

구동 장치 테스트 건물

바이작에서 점점 많은 자동차가 전동화되고 있다. 2019년에 가동을 시작한 신축 구동 장치 테스트 건물의 테스트 벤치 18개 중 절반은 다양한 전기 모터와 변속기 시험에 사용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체 개발한 고전압 복합 테스트 벤치다. 프런트 액슬과 리어 액슬용 모터, 이와 연관된 전자 장치와 변속기 등 구동 장치 전체를 앞으로 나올 고전압 시리즈 배터리와 함께 테스트할 수 있다.

배터리는 테스트 벤치 하단에 있는 공조 제어 보호 캡슐에 자리 잡는데, 포르쉐 특유의 테스트 사이클에 맞춰 완전 출력 범위에서 검사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류가 매우 빠르게 충전하고 방전하는 상황이 이어지므로 충전 작용 상태도 중요하다. 신축 테스트 건물에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충전 기술을 갖췄다. 내연기관 테스트 벤치 9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운영한다. 유연한 공급 시스템 덕분에 E 연료라고 부르는 전기 기반 이산화탄소 중립 연료를 테스트할 수 있다. 포르쉐는 모터스포츠용 테스트 벤치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한 테스트 벤치에서는 미래 대량생산 자동차 구동 장치를 테스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레이스카 구동 장치를 작동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일상이다.

전자 장치 통합

이른바 ‘테스트 하우스’는 집이 아니라 전자 장치 통합 센터에 있는 한 층이지만, 하우스라는 단어는 적절하게 쓰였다. 전문가들은 윈도 레귤레이터부터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모든 전자 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하는지 한 지붕 아래서 테스트한다. 프로토타입을 도로에 올리기 훨씬 전인 초기 단계부터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은 ‘하드웨어 인 더 루프(Hardware-in-the-Loop)’ 테스트 벤치를 이용한다. 컨트롤 유닛과 헤드램프나 스티어링휠을 비롯한 구성요소를 캐비닛만 한 고성능 컴퓨터에 연결한다. 이 컴퓨터는 위험한 상황이나 운전자 반응을 포함한 실제 주행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컨트롤 유닛에 시뮬레이션한다.

이 컴퓨터는 위험한 상황이나 운전자 반응을 포함한 실제 주행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컨트롤 유닛에 시뮬레이션한다. 컨트롤 유닛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를 들어 원하는 기능으로 올바르고 빠르게 조정하는지 정확하게 기록한다. 완벽주의자에게는 이 테스트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자 장치 구성 요소의 상호 작용이 차 안에서 방해 없이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컨트롤 유닛을 실험실 자동차에 집어넣는다. 실험실 자동차는 1cm도 달리지 않지만 컨트롤 유닛은 이미 모든 배선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테스트 하우스에서 양호하다고 평가한 자동차만 실제로 시험한다.

프로토타입 주차장

출시까지의 긴 여정에서 마침내 바퀴가 구르고 프로토타입 모델이 나온다. 현재 1900대 이상의 포르쉐 개발 차량이 있는데 각기 다른 위장 수준과 기밀 유지 규정이 적용된다. 바이작에서는 개발 차량을 애그리거트 모델(aggregate models), 제작 단계 차량(construction stage vehicles), 양산 전 차량(pre-series vehicles) 3단계로 구분한다. 제작 단계 차량은 독일에서는 ‘마왕(Erlkönig)’이라고 부른다. 모든 차량은 디지털로 기록되어 있으며 위장 의무가 있는 차량에는 프로토타입 주차장 진입을 허용하는 트랜스폰더가 장착되어 있다. 이 미래의 보물 창고로 들어가려면 포르쉐 직원도 별도의 전자 승인이 필요하다.

가장 오래된 프로토타입 주차장은 개발 센터 정문 바로 옆에 있다. 이 주차장은 8층에 걸쳐 255대를 세울 수 있지만 이것으로도 충분치 않아 인근 마을 헤밍엔(Hemmingen)에 1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추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마저도 부족해 현재 또 다른 프로토타입 주차장을 신축하는 중이다. 신축 주차장은 15층에 걸쳐 1147개의 주차면과 400여 개의 충전 폴을 제공한다. 시험 주행을 승인할 때 엔지니어가 발표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최적으로 개발된 상태인 양산 전 차량이 까다로운 여정을 완료하면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후속 개발을 위한 애그리거트 모델로 사용된다.

모터스포츠

모터스포츠는 ABS와 공기역학부터 PDK와 터보를 거쳐 800V 기술까지 수많은 기술을 적용한 대량 생산 모델의 모태가 되었다. 레이스 발전의 촉매는 치열한 경쟁이며,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구체적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아이디어 구현을 위해 수많은 차를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활용한다. 이색적인 재료를 발굴하고 정교한 솔루션을 고안한다. 포르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도 레이싱 스포츠 전문 지식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물류 부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빈번하게 열리는 레이스에 출전할 때 나사 한 개라도 점검 이력 없으면 사용하지 못하므로 물류 전문가들은 SAP에 기반한 포르쉐 레이싱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정 연식 모델의 와이퍼 데이터 등 모든 세부 사항을 기록한다.

태그호이어 포르쉐 포뮬러 E 팀을 위한 모든 공구, GT 레이스카용 교체 기어 박스, 클래식 르망 자동차용 예비 부품을 검색할 수 있다. 포르쉐 모터스포츠는 팩토리 팀 출전 차와 커스터머 레이스카도 매우 빠른 주기로 개발하고 지원한다. 모터스포츠팀의 잠재력은 모델 시리즈 개발이나 현장을 개선하는 발전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짧은 시간에 콘셉트카를 만들거나 까다로운 물류 과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된다.

Johannes Winterhagen
Johannes Winterh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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