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 게어만 대표와의
992초 인터뷰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CEO: 911의 벽을 또 한 번 넘어선 신형 911이 국내에 출시됐다. 역사상 가장 빠른 최고속과 시속 100km 가속시간을 가진 992에 대해 포르쉐코리아 홀가 게어만 대표와 16분 32초간 숨가쁜 대화를 나눴다.

  

00:00:00 재미를 더하기 위해 992초 인터뷰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 대답이 어려운 질문은 그냥 패스라고 하셔도 됩니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주로 경력이 재무 쪽인데 그 동안 어디, 어디에서 근무했나요?
포르쉐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입니다. 포르쉐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에서 해외 시장들을 관리하며 운영계획을 세우며 5년, 포르쉐 AG CEO의 사무실에서 3년동안 매니지먼트 경험을 쌓았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엔 포르쉐 영국 지사와 포르쉐 디자인에서 CFO로 근무했어요.

01:00:34 인터뷰를 위해 여분의 구두와 넥타이도 여러 개 갖고 오셨던 데 정말 감사합니다. 단순히 포르쉐 디자인에서 근무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요?
없다고는 못하겠네요. 주로 워치와 구두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 차고 있는 시계는 포르쉐 디자인 제품인데 실제로 911제작에 쓰는 티타늄을 갖다 워치 무브먼트 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부터 포르쉐만의 기능성을 비롯해 자동차에 쓰이는 재료를 워치에도 갖다 쓰기 시작했죠.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

전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오픈한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은 포르쉐를 라이프스타일로 표현한 공간이다.

02:04:00 그 구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건 포르쉐디자인은 아니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든 제품이에요. 워낙 오래 신어서 밑창도 여러 번 갈았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가죽 제품이 그렇듯 이 구두는 정말 편합니다. 내 발에 완전히 꼭 맞거든요.

02:24:04 오래될수록 더 멋있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911 이 딱 그런 경우네요. 왜 우리는 오래된 포르쉐 모델을 보며 항상 멋지다고 생각할까요?
차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나 기록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에서 더 큰 힘을 느낍니다. 시간을 초월해 사람의 눈을 잡아 끌잖아요. 누가 봐도 911이라는 형태는 유지하면서 계속 조금씩 가다듬어 완벽해지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타임리스 디자인이죠.

05:10:01 타이칸도 타임리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포르쉐의 또 하나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차의 전체적인 라인을 보면 911과 흡사한 실루엣이 드러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공기흡입구나 램프의 형태를 보면 또 미래적이죠.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울려 어디서 어떻게 봐도 포르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06:20:69 인터뷰 전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참 많이 다르네요. 그 동안 맡았던 일이 주로 재무였다고 들어서 항상 계산기를 들고 다니고 숫자 쪽에 관심이 많을 줄 알았거든요.
조직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숫자나 성과에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계산기를 항상 소지하진 않습니다. 아, 물론 갖고 있긴 하지만요.

07:40:17 그렇다면 항상 챙기는 소지품은 무엇인가요?
이 브리프케이스입니다. 아내가 선물해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감이 묻어나 더 애정이 갑니다.

07:55:78 아시아 근무는 한국이 처음이시죠?
맞습니다. 해외 시장을 관리할 당시 아시아 시장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지인이 있긴 하지만, 근무는 처음이에요.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08:35:78 한국 시장은 업무강도가 센 편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드라이빙은 당연히 좋아하고요. 그 외에 하이킹과 등산도 좋아합니다. 주로 가는 곳은 북한산이에요. 한번은 포르쉐 클럽 코리아와 ‘전라 777 드라이빙 랠리’를 간 적이 있는데 서부 해안의 국도가 절경이더군요. 물론 갈 땐 제 차로 갔죠.

Timeless.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더해가는 것들은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다.

10:05:17 한국에서는 어떤 포르쉐 모델을 운전하세요?
991 타르가입니다. 블랙 색상 외관에 시트에는 레드 컬러 스티칭이 있죠.

10:40:20 운전 스타일이 궁금한데요?
저를 비롯해 포르쉐 드라이버들은 언제나 책임감 있게 운전합니다. 규정속도도 꼭 준수하려고 ‘노력’하고요.

Challenge ahead:
한국 시장에 이미 큰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홀거 게어만  대표. 그는 신형 911 출시를 시작으로 다가 올 전동화 시대에 대해 굵직하고 꼼꼼한 계획을 갖고 있다.

11:31:09 너무 CEO다운 답인데요?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포르쉐에 몸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동차 운전을 할 줄 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네 바퀴가 땅에 붙은 채 달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실 겁니다. 차의 완벽한 제어 없이는 운전의 재미도 없으니까요. 포르쉐는 단지 빨리 달릴 줄만 아는 차가 아니라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완벽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게 일상생활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은 가득하되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표현되죠.

12:10:19 911과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은 무엇인가요?
차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행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호주 멜버른 인근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던 여행. 그리고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의 포르쉐 익스피리언스와 스코틀랜드 근처 에딘버러 투어도 잊을 수 없습니다. 코너링이 재미있는 차와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12:30:58 포르쉐 라인업을 통틀어 좋아하는 모델은 무엇인가요?
하나는 역사적인 모델인 917입니다.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전설적인 드라이버 리차드 앳우드 (Richard Attwood)와 한스 헤르만(Hans Herrmann)이 실제로 운전하는걸 봤는데 차가 움직이며 피우는 휘발유 타는 냄새며 우렁찬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50년 전에 그 차를 직접 몰았던 레이서가 콕핏에 앉아있는 모습 자체가 감동이더군요. 또 하나는 갖고 있는 1972년형 911입니다. 오리지널 911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모델인데 독일에 있어서 자주 몰진 못해요. 따스한 햇살 받으며 달리는 걸 좋아해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요즘 911과는 많이 달라요. 휠베이스도 좀 더 길고. 이 모델 이후 형태가 좀 달라졌죠. 스티어링휠도 가볍고 수동변속기지만 차가 워낙 가벼워 코너링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났는데 보자마자 내 차란 느낌이 왔습니다. 탈 때마다 이 차가 지난 50여년이 넘도록 어떤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받았는지 떠올라 즐겁습니다.

눈 깜짝할 새 인터뷰:

눈 깜짝할 새 인터뷰:

포르쉐코리아 홀거 게어만 대표이사와 992초간 인터뷰를 나눴다. 초를 아끼며 나눈 대화에서 신형 911과 앞으로 포르쉐에 닥친 과제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갔다.

14:01:03 두 모델 말고는 더 없으세요?
아뇨, 그럴 리가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떠올릴 수가 없을 정도인걸요. 다만 언제나 마음속엔 오리지널 911이 남아있어서 1972년형 911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956도 있네요. 어렸을 적에 956 RC카를 갖고 있었어요. 1982년에 잭키 익스(Jacky Ickx)와 데렉 벨(Derek Bell)이 르망 24에서 몰고 우승했던 전설적인 차가 956이죠. 흥미로운 건 갖고 있던 RC카가 굉장한 퍼포먼스를 냈다는 거에요.

14:10:21 설마 하이브리드?
그건 아니고 고성능 전기 모터를 가진 RC카였는데 대단했어요.

14:15:00 당연히 아직 갖고 있겠네요?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1984년이군요. 956은 35년간 뉘르부르크링에서 베스트 랩타임을 갖고 있던 차기도 하죠. 2018년 6월 29일에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가 그 기록을 깼지만요.

14:19:21 지난 5개월 동안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게 있나요?
한국은 참 흥미로운 시장이에요. 포르쉐에게는 여전히 신생 시장이지만 이미 포르쉐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트랙이 도심 가까이에 있다는 것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높은 시장 잠재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이죠. 독일 본사 역시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타이칸도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연기되긴 했지만 포뮬러 E의 서울 개최도 예정되어 있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15:25:05 요즘 COVID-19 이슈로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모두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장 닥친 과제는 무엇인가요?
포르쉐는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르쉐코리아 직원들과 딜러 파트너사 직원들, 그리고 고객분들의 안전과 건강입니다. 내부에서도 이미 전문 관리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고요. 하루빨리 이 위기 상황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15:59:02 멀리 봤을 때 완성하고 싶은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sports car manufacturer)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스포츠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포르쉐 911’을 떠올릴 수 있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16:30:09 오늘 인터뷰한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도 그런 의미가 있는 장소 같습니다.
맞습니다.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은 단순히 자동차를 구입하는 장소만이 아닌 포르쉐를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표현한 공간입니다. 누구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포르쉐가 어떤 브랜드인지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림 기자
이재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