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선방!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Albert Ostermaier)는 희곡작가이자 독일 문인국가대표팀 골키퍼이며 열정적 911 운전자이다. 이 작가가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운동은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 골문을 지키는 그와 인터뷰했다.

어느 봄날 뮌헨의 한 축구장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는 골라인에 서서 오른쪽 아래를 가리킨다. 공이 골포스트에서 20㎝ 벗어나 잔디 위로 지나며 남긴 흔적이다. “강하게 슛해.” 그는 스트라이커에게 소리치며 먼저 무릎을 굽힌다. 느린 동작으로 몸을 던질 수 없으니까 말이다. 설령 슬로모션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공을 잡으려 천천히 느긋이 몸을 날리고 싶진 않을 것이다.

오스터마이어는 작가이자 독일 문인국가대표팀 골키퍼이며 1998년산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소유주이다. 그는 20세에 첫 시집을 발표했다. 그후 10권이 넘는 시집을 출간했고 3권의 장편소설, 4편의 오페라 대본, 24편의 희곡도 집필했다. 이 50세의 작가는 웅장한 톤과 장엄한 제스처로 열정에 넘치는 텍스트를 생산하여 비평가들에게 ‘언어 히터’라는 별명을 듣고 있으며, 독일 현대 희곡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의 희곡은 수많은 극장에서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다. 그는 어린 소년이었을 때 FC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이닝캠프를 방문한적이 있다. 독일 국가대표 골키퍼였던 제프 마이어(Sepp Maier, 1944~)가 그에게 유니폼과 축구화를 선물했다. 그때부터 그는 FC 바이에른의 열성 팬이 되었으며 자신도 멋진 골키퍼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를 허튼 꿈으로 여기고 축구 클럽 트레이닝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스터마이어는 그후 축구 동호회 활동으로 만족해야 했으나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린 적이 없었고, 마침내 문인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이 꿈을 이루었다.

‘아우토나마(Autonama)’는 독일 소설가, 시인, 희곡작가로 구성된 축구팀이다. DFB(독일축구협회)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이 팀은 문인리그(Writers’ League)  또는 작가 월드컵/워드컵(Wor(l)d Cup)에서 전 세계의 다른 예술가팀 또는 문인팀과 시합을 벌여, 스포츠 발전, 문화 교류, 국제 선린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2010년 독일의 우나(Unna)에서 열린 문인유로컵에서 이 팀은 결승에 진출하여 터키팀과 만났다. 승부차기에서 오스터마이어의 침착한 선방 덕분에 ‘아우토나마’는 유로컵을 차지했다. “노벨문학상보다 영광스럽습니다!” 그는 감격에 겨워 카메라를 향해 울부짖었다.

골키퍼란 역설적 존재라고 오스터마이어는 말한다. 한편으로는 상대팀에 뚫리지 말라고 다른 선수들 등 뒤에서 소리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곧 눈부신 선방을 보여줄 기회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면 비참해진다. 그러면 골 휘슬이 울리고 공포에 온몸이 얼어붙는다. 다음 슛도 막아내지 못하면 어쩐단 말인가?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는 과감하면서도 침착해야 한다. 골키퍼는 최고이고 싶기 때문에 지나치게 정신을 집중하고, 때로는 명예욕이 심한 나머지 어떠한 수단도 정당하다고 고집한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의 골키퍼 토니 슈마허(Toni Schumacher)는 전력으로 달려오는 프랑스 수비수 파트리크 바티스통(Patrick Battiston)을 무자비하게 육탄으로 저지했다. 바티스통은 쓰러져 척추부상을 입고 치아 2개를 잃었다.

다른 한편 골키퍼는 불가사의한 반사신경으로 필사적으로 선방하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다. 골키퍼는 항상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파도가 부딪히는 암벽 같은 존재로,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도 골키퍼를 만나면 박살난다.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는 FC 바이에른 전 골키퍼 올리버 칸(Oliver Kahn)에게 「칸에게 보내는 송시(Ode an Kahn)」를 헌사했다. 상대팀 팬에게 기꺼이 비방을 듣거나 바나나 세례를 받은 칸은 이 시에서 신화적 인물이다. 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실제로는 잠깐 날 수 있을 뿐이지만, 한참 공중에 머물 수 있는 것 같고, 궤도를 도는 태양을 움켜잡으려는 듯하다.’고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가벼움과 힘의 공존은 혹독한 연습의 결과이다. 골키퍼는 항상 묵묵히 열심히 연습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와 비슷하다고 오스터마이어는 말한다. “제 문장들은 무의식에서 생성되며 저는 이 문장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언어를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이에 성공합니다.” 따라서 그는 잘 훈련된 노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늦어도 아침 8시면 책상에 앉아 오후 늦게까지 집필에 몰두한다.

911도 그의 일상에 중요하다. “저는 자동차를 높이 평가합니다. 자동차는 순수하고 명료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타고 있으면 생각이 변화되고 저를 잊게 됩니다. 로드무비에서 장면이 스쳐가듯 생각이 흘러갑니다. 시에는 독자적 사운드, 스피드, 리듬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움직임을 좋아합니다. 움직임은 시적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하면 환상의 엔진이 자동차의 엔진과 연결됩니다.”

공이 날아온다. 오스터마이어는 펄쩍 뛰어 날아오른다. 공을 잡으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축구장의 무성한 잔디에 철퍼덕 떨어진다. 웃음이 터진다. “다음번에는 잡을 거예요.” 오스터마이어는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골키퍼로 활약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에 관해 한 대목을 쓴 적이 있는데, 이는 오스터마이어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그를 행복한 골키퍼로 생각해도 좋다.”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Albert Ostermaier)

뮌헨에 거주하는 이 작가는 시인이자 희곡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희곡작품은 안드레아 브레트(Andrea Breth), 마르틴 쿠셰이(Martin Kušej) 등 많은 유명 연출가에 의해 공연되었다. 2015년에는 주어캄프(Suhrkamp) 출판사에서 그의 최신 소설 「Lenz im Libanon(레바논의 렌츠)」가 출간되었다. 또한 그는 클라이스트 문학상, 베르톨트 브레히트 문학상, 벨트 신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발표된 소설 「Die Liebende(애인)」에는 포르쉐 911이 언급되기도 한다. 2018년 6월 레클링하우젠(Recklinghausen)의 루르 연극축제에서 그의 최신작 「Die verlorene Oper. Ruhrepos(잃어버린 오페라. 루르 서사시)」가 하노버 극단과의 공동작업으로 초연되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albert-ostermaier.com

Peter Gaide
Peter Ga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