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m의 행복

노르스름하고, 사각사각하고, 군침이 돌고, 논란이 많은 음식. 감자튀김에 대해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벨기에에서 감자튀김은 국가 정체성이 달린 문제다. 감자튀김에 얽힌 이야기를 포르쉐 마칸 터보를 타고 따라가봤다.

호프 판 클레버

호프 판 클레버

스타 셰프 페터르 호센스는 그의 3성급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감자튀김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매주 한 번 이 3성급 셰프는 절인 야채를 곁들인 소스인 피클과 마요네즈를 듬뿍 얹은 푸짐한 감자튀김 한 접시를 즐긴다. 페터르 호센스(Peter Goossens)는 눈을 감고 음미하며 생각에 잠긴다. 뜨거운 봉지에서 꺼낸 첫 번째 감자튀김은 아직 바삭하고 까칠하다. 마지막 감자튀김은 맛있는 소스가 배어들어 혀에서 살살 녹는다. “인생에는 소소한 행복이 필요하죠.”라고 이 벨기에인은 말한다. 헨트(Gent)에서 남서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크라위스하우텀(Kruishoutem)에 위치한 그의 ‘호프 판 클레버(Hof van Cleve)’는 월드 베스트 20위 안에 드는 레스토랑이다.

감자튀김을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많다. ‘프렌치프라이(French Fries)’라는 명칭은 프랑스인들이 감자튀김을 창안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벨기에인들은 자신들이 원조라고 자부한다. “감자튀김은 우리 DNA의 일부입니다. 진정한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벨기에 밖에 없죠.”라고 호센스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감자를 두 번 튀긴다는 것이 저희 감자튀김의 비결이죠. 하지만 다른 모든 요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스도 중요합니다.”

교회, 시장, 감자튀김 가게:

교회, 시장, 감자튀김 가게:

크라위스하우텀의 프리트파라데이스는 플랑드르 지방 소도시에서 소셜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호센스는 감자튀김이 포함된 요리를 적어도 하나는 메뉴에 항상 포함시키고 있다. 3성급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는 황금색 막대 감자 요리를 예술의 수준으로 승화시켰다. 감자는 너무 신선해도, 너무 오랫동안 저장해도 안 된다. 감자에 함유된 전분이 당분으로 변해 튀길 때 갈색 얼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형태와 두께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 호센스는 최고급 감자튀김을 요리에 맞게 내놓는다. 꿩고기에 어울리는 감자튀김은 두께가 정확히 5mm, 길이는 8–9cm이어야 하며, 와규 소고기에 곁들이는 감자튀김은 이보다 2mm 더 두꺼워도 된다. 물론 감자튀김은 손으로 썰어야 한다. 완벽한 감자튀김을 만드는 법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레시피를 알고 있었다. “다른 요리는 어머니가 하셨지만, 감자튀김만큼은 아버지께서 만드셨습니다.”

자갈로 포장된 레스토랑 주차장에는 포르쉐 마칸 터보 이외에도 럭셔리 카와 스포츠카가 가득하다. 자동차광인 호센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차들을 지켜본다. 호센스는 이미 여러 번 벨기에의 자우터 그랑프리(Zoute Grand Prix)에 출전했다. 2016년 밀레 밀리아(Mille Miglia) 클래식 카 레이싱의 최초 참가자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유감스럽게도 마칸을 타고 외출할 시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바삭바삭한 벨기에식 감자튀김은 위기에 처해 있다. 앞으로 유럽 연합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발암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문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감자 혹은 곡물을 고온으로 굽고, 튀기고, 볶으면 생긴다. 벨기에는 감자튀김의 전통이 끊길까 염려한다. 유럽 연합이 감자튀김 금지를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벨기에 관광부 장관 벤 베이츠(Ben Weyts)가 밝힌 바 있다. 두 번 튀기는 과정은 완벽한 맛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한 번은 안쪽을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해서, 또 한 번은 바삭바삭하게 하기 위해서다.

“저희 할머니가 만들던 그대로 감자튀김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틴 플래밍크

(Frituren)가 5천 개 이상 전국에 흩어져 있다. 브뤼셀, 헨트, 브뤼허(Brugge)를 잇는 지역에 가장 촘촘히 몰려 있다.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왈롱에 맞서 오래 전부터 감자튀김 문제를 놓고 주도권을 다투는 플랑드르인들은 특히 감자튀김 문제에 예민하다. 페터르 호센스는 매주 먹는 감자튀김을 근처 크라위스하우텀의 ‘프리트파라데이스(Frietparadijs)’에서 산다. 작은 시장에 있는 가게다. 4년 전 직업을 바꾸고 튀김 가게를 창업한 스틴 플래밍크(Stijn Vlaeminck)와 요슈아 판 루크(Joshua van Loucke)가 운영한다. “우리가 프리튀르를 차린 것은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회계원으로 일했던 플래밍크가 말한다. 화예업을 배웠던 판 루크가 덧붙인다. “우리는 우리 할머니가 만들던 그대로 감자튀김을 만듭니다.” 그들은 막대 감자를 순수한 소고기 기름 블랑 드 뵈프(Blanc de bœuf)에 넣고 두 번 튀긴다. 여기에 스토프블레사우스(Stoofvleessaus)를 얹어 준다. 원래는 플랑드르의 전통 음식인 소고기 스튜에 넣는 맥주 소스다. 플래밍크와 판 루크는 이 소스를 한 정육점에서 주문한다. 소스 레시피는 정육점만 아는 비밀이다. “손님들은 우리 감자튀김이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프리트파라데이스

청년 사업자 스틴 플래밍크와 요수아 판 루크의 프리튀르 창업은 어릴 적 꿈이다.

인구가 8천 명도 되지 않는 크라위스하우텀에만 3개의 프리튀르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플래밍크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근처의 헨트에서는 가장 훌륭한 감자튀김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는 주저 없이 말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가우던 사테(Gouden Saté)’죠!”

수수하지만 전설적이다:

수수하지만 전설적이다:

가우던 사테는 헨트에서 배고픈 사람들이 찾는 도시 쉼터다.
푸짐한 유산:

푸짐한 유산:

주인 판 라르는 이전 주인에게서 히트 상품 줄리앙쳐 를 물려받았다.
가우던 사테

가우던 사테

마티스 판 라르는 여러 해 전부터 대학 도시 헨트의 전통있는 프리튀르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게의 대표 메뉴인 ‘줄리앙쳐’는 특히 올빼미족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마티스 판 라르

3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거주하는 플랑드르 지방 제2의 도시의 오버르포르트스트라트(Overpoortstraat)가에 있는 가우던 사테는 배고픈 올빼미 족을 위한 도심의 쉼터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줄리앙이 30년 전에 개업했다. 그는 죽었지만, 그가 만든 ‘줄리앙쳐(Julientje)’는 여전히 헨트 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야식이다. 스토프블레사우스를 얹은 푸짐한 양의 감자튀김, 마요네즈, 소고기가 들어간다. 그 위에 갓 볶은 신선한 양파 조각이 듬뿍 뿌려져 있다. 감자튀김을 빠른 속도로 카운터에서 넘겨주는 마티스 판 라르(Mathys van Laar)는 밤새 가게 문을 열어 놓는다. 헨트의 술집과 디스코텍이 이른 새벽에 문을 닫으면 배고픈 젊은이들이 가게 안에서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선다. “젊은이들은 줄리앙쳐를 좋아해요. 큼직하고, 기름지고, 맛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한 젊은이에게 수북이 담긴 감자튀김을 건네준다. 막대 감자는 세 가지 소스에 버무려져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헨트의 감자튀김은 인상적이었다. 브뤼허의 감자튀김은 어떨까? 헨트 시민들은 당연히 헨트의 가게가 최고라고 단언하지만, 곧 이웃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튀김 가게를 추천해줬다. “보스란트 (Bosrand)에요.” 주인과 손님이 입을 모아 말한다.

감자튀김 시식을 위해 브뤼허로 가기 전에 전 세계유일의 감자튀김 박물관인 프리트 박물관(Frietmuseum)에서 막대 감자의 기원을 살펴봤다. 감자튀김은 19세기에 왈롱 지역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발명됐다. 마스(Maas)강변에 사는 어부들은 잡은 물고기를 튀기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해 겨울에 혹한으로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감자를 튀겨야 했다. 컬트 요리가 태어난 것이다. “감자튀김은 검소하고 소탈한 전형적인 벨기에 요리입니다. 어디서나 인기가 있죠.” 세드리크 판 벨러(Cédric van Belle) 박물관장은 벨기에 전통 음식이 국민에게 어떠한 정체성을 심어 주는지 설명한다.

프리트 박물관

프리트 박물관

브뤼허에 있는 이 박물관은 감자튀김 최고의 전문 기관이다.

보스란트 프리튀르
신디 산크토룸은 동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으로 튀긴다. 그 결과 벨기에 최고의 프리튀르로 선정되었다.

“성공의 비결은 식물성 오일만을 사용하는 것이죠.” 신디 산크토룸

보스란트 프리튀르는 브뤼허 구 시가지의 그림 같은 운하와 세계 문화유산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 있다. 초저녁부터 가게 앞의 좁은 주차장이 북적거린다. 주인 신디 산크토룸(Cindy Sanctorum)은 25년 전 당시 18세의 나이에 가게를 열었다.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무언가 나만의 일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녀의 프리튀르는 점점 더 인기를 얻어 이제 1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일주일 내내 문을 열었던 거예요. 저희 할머니처럼 감자튀김을 100% 식물성 오일로만 요리했고요. 저는 동물성 기름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고객 가운데는 채식주의자가 많다. 고집을 부린 결과, 최근 보스란트는 벨기에 최고의 프리튀르로 선정됐다. 할머니의 지혜와 그녀의 고집이 최고의 영예로 돌아온 순간이다. 그 후 벨기에의 또 다른 3성급 셰프 헤르트 데 망얼메이르(Gert De Mangeleer)는 신디의
식당을 가장 좋아하는 감자튀김 가게로 뽑았다. 페터르 호센스만이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유일한 스타 셰프라면, 그것이야말로 벨기에인에게 매우 특이한 일일 것이다.

와규 소고기에 곁들이는 감자튀김을 만들기 위한 페터르 호센스의 비밀 레시피:

  1. ‘알레그리아(Alegria)’ 혹은 ‘빈쳐(Bintje)’ 품종 감자를 고른다.
  2. 감자 껍질을 벗기고 약 7mm 두께와 약 8cm 길이로 썬다. 뒤이어 찬물로 씻은 후 종이에 펼쳐서 말린다. 이렇게 해야 튀긴 감자가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
  3. 막대 감자를 160°C의 뜨겁고 순수한 소고기 기름에 넣고 데친다는 느낌으로 튀긴다. 너무 오래 튀기면 안 된다. 막대 감자가 노란색을 살짝 띠면 멈춘다. 그런 뒤 다시 한번 종이에 펼쳐서 식힌다.
  4. 끝으로 감자튀김을 180~190°C의 뜨거운 땅콩기름에 넣고 2~3분 동안 튀긴다. 특별한 맛을 내고 싶으면 마늘 몇 쪽을 첨가해도 좋다. 수수하지만 전설적이다: 가우던 사테는 헨트에서 배고픈 사람들이 찾는 도시 쉼터다.
Lena Siep
Lena Siep